복싱을 배우러 다닌지 2주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트레칭, 줄넘기, 근력운동, 잽, 스트레이트 등의 기본기가 어느 정도 갖춰가고 있다. 복싱의 하루 일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정은 바로 샌드백!!! 사실 GuyBrush가 복싱도장을 등록한 가장 큰 이유는 원없이 샌드백을 쳐보고 싶어서였다는 후문. ^_^

보통이들과 다르게 샌드백을 치기 전의 GuyBrush의 의식은 독특하다. 먼저 샌드백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고, 샌드백이 Brush인지 Brush가 샌드백인지 모를 정도로 혼연일체로 자신을 두들기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특히 선불교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죽이라고 하였다. 남과 비교하는 나자신. 남보다 더 많은 재화, 더 높은 명예와 권력을 원하는 자신. 그 자신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뇌에서? 가슴속에서? 아무튼 항상 비교하는 어리석은 자신을 죽임으로써 우리는 진정한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하면, 스스로를 죽이기 위해 수련을 하는 것은 비록 방법에 차이가 있지만 권투와 불교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그것이 분노에 차 한계에 달한 스스로의 무력감을 느껴보고 싶어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훗날 '부디즘 복싱 도장'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도장을 만들어 낸 시초가 GuyBrush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곳에서 운동하는 이들은 모두 승복을 입고 머리를 민채 열성적으로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어야 하는걸까;;

샌드백 뿐만 아니라 불교와 복싱은 의외로 닮은 점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홍수환 권투도장에 입부 신청을 했다. 도장은 선릉역 2번 출구 쪽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 1일차.. 열심히 줄넘기를 하다 .. -_-;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의 주인공도 세계챔피언의 벨트를 반납한채 어느새 반백의 머리로 도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포항공대 체육관에서 농구를 할때 완전 몰입해서 지치고 지칠 때까지 백코트를 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절에서 밭을 일구고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수련을 하던 그림을 그리던 것도 떠올랐다.
자기 파괴 본능이 꿈틀거리는 것인가 .. -_-;

GuyBrush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가득안은 채 열심히 샌드백을 두들기다.

고대의 역사와 유물의 탐구와 대화. 오래전 선조들의 지혜에 대한 교감. 우주의 광활함과 자연의 부드러움. 그리고 그속의 GuyBrush. 기껏 생각해 냈다는 것이 겨우 치과의사를 하겠다고. 그리고 그것조차 두려움에 떨며 용기를 버린채 나아가지 못하다니.. 이제껏 무얼 배워왔는지, 무얼 위해 살아왔는지 한심하다.    

Crucify my identity.


다음날

TV에서 취재가 나와 혼자 묵묵히 샌드백을 쳤다. 카메라가 찍어갔는데 방송에 관계 없이 묵묵히 샌드백만 치던 guybrush에게 조금 질린듯 했다.. -_-;
손가락에 작은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른데다가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스텝을 밟았더니 껍질이 벗겨져 계속 할 수 없었다. 아쉬움과 무력감이 교차했다. 헐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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