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카풀이라는 문화(?)가 있다. 동반석(서로마주보며 가는 4인기준)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이용해 인터넷에서 첨보는 4명이 모여 같이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다.

세태가 점점 각박해져 가다보니 사기도 있고, 간다고 한다음 핸드폰을 꺼놓는 상대도 있으며 주선자가 두문불출하는 경우까지.

그러다보니 이른바 '선입금'이라는 것을 받게 되었는데 주선자에게 돈을 미리 입금시키고 같이 모여 표를 받아서 가는 방법이다. 주선자가 문제가 있지 않은 이상 나머지 3명중 한명에게 일이 생기더라도 미리 돈을 받았기에 문제가 없다.

오늘은 3명이 모여서 단 1명이 부족한 상태. 그 때 어디선가 들리는  '캐넌' 음악소리. 브러시의 핸드폰 음악이다.
" 여보세요 "
" 네 저 부산갈려고 하는데요. 그런데 제가 집이 여기가 아니라서 선입금을 할 수가 없네요. 맹세컨데, 제이름과 신용을 걸고 꼭 가도록 할테니 만나서 드리면 안될까요? "

그의다급한 목소리와 신뢰감 있게 들리는 톤, 또한 남자가 자신의 이름 석자까지 걸었다는 것은 충분히 믿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브러기는 망설였다. 혹시라도 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나는 괜찮지만 나머지 2명에게 머라 얘기한단 것인가.. 또 저번처럼 서울역에서 헌팅을 해서 표를 팔어야 할 것인가.. 라는 걱정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결국 또다른 분이 전화를 하셔서 그분에게 표를 줄 수 없었는데, 죄송하다고 표를 구하기 꼭 바란다는 말에도 친절히 답장을 해주는것으로 봐서는 역시나..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너무 계산적, 안전적, 계약적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는게 아닐까? 이런식으로는 눈앞의 당장의 이익을 취할 수는 있을지라도 멀리봐서는 삭막한 사회가 되는 것에 일조하지 않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의 이름 석자를 걸겠다는 말을 난 신뢰하면서도 주저하지 않을수 없었다. 이런 불신 속에서 다음에 "브러쉬 이름 석자를 걸고 꼭 해낼테니 도와주세요" 라고 했을 때 과연 몇명이나 도와 줄 것인가....
기계와 컴퓨터, 인터넷 그리고 법, 경제, 사회 이르기까지 '사람'의 본래 가치는 어디로 간것일까. 피구하던 곳을 찾아 낯선 사람을 따라다니던 시절은, 엘리베이터 속의 사람들과 즐겁게 떠들던 때 또한 다시 오지 않을 과거에 불과한 것일까.. 헐헐

Over the  Industrial 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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